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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경림 - 황홀한 유폐Lunch Poem 2021. 8. 16. 05:55
네 눈을 통해 나는 네 내부 깊숙한 곳으로 잠입한다.
거기 푸른 숲도 있고 하얀 길도 있고 붉은 꽃밭도 있어 우리는 함께 걷기도 하고 누워 별을 보기도 하고 잔종일 뒹굴기도 한다.
그러다가 나는 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 것을 안다.
나는 놀라 문을 두드리고 발버둥치지만 너는 눈을 굳게 감은 채 완강히 나를 일상 속으로 되돌려보내기를 거부한다.
나는 황홀하다.
/ 신경림, 『사진관집 이층』, 창비(2004)'Lunch Poem' 카테고리의 다른 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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