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713. 기분을 느끼려고 사는건데Kitchen Table Novel 2021. 7. 13. 22:53
무료하다. 정말 무료해. 아무 기분도 느낄 수 없는 나날. 오늘은 퇴근하고 광화문까지 산책을 했다. 중간에 스타벅스에서 차가운 민트티를 시켜놓고 1시간을 멍때렸다. 아무 기분도 들지 않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서 창 밖만 쳐다보며 시간을 흘려보냈다. 정말 무감한 하루였다. 이렇게 사는 건 좀 잘못 되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. 하고 싶은 것도 쟁취하고 싶은 것도 가지고 싶은 것도 없다.
이거 예쁘네 살까? 하다가도 진짜 갖고깊어? 하면 아니 라는 대답이 나온다. 사든 말든 별 상관없어. 손에 넣는다고 기쁠 것 같지도 않아. 그냥 돈을 쓰고 싶은 것 뿐인가봐. 영화볼까? 하다가 관두고 거기 가볼까? 하다가 관두고. 무감한 상태를 길게 끌다보면 필연적으로 우울해지기 때문에 미연에 방지 차 스스로에게 여러가지 보기를 들이밀어보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다 싫대. 보고싶은 것도 없고 맺고싶은 관계도 없어. 그냥 그게 지금 내 마음이야.
책을 읽어도 좋은 문장을 발견해도 아주 잠깐뿐. 밑줄 긋는 시간만큼만 감동할뿐 그 무엇도 지속되는 감흥을 주지 못한다. 대부분의 시간 동안 아무 기분도 느낄 수 없다. 감흥의 지속력이 너무나 짧아서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아무 기분 없이 살아가고 있다. 어떤 수도 내지 못하고 발목을 붙들린 채 가만 서 있는다. 다들 이렇게 살아? 나만 그래?
사는 건 정말 어마어마하게 귀찮고 질린다.
“그 누구도 모범 삼지말고 자신에만 진실하라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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